방향 감각

2024년 한해가 지나고 다시 새로운 한해. 계획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는데 그렇기 때문이 계획을 지키기는 더욱 어렵다.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즉흥 연주와도 같다고 생각하는데 유연하긴 하지만 거의 무계획의 삶이 되어버린다. 아내와 다투는 지점이 이 부분이다. 나는 계획이 없는 만큼 (그리고 계획을 잘 믿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과 변수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반면, 아내는 나의 계획 없음에 (아내는 생각 없음이라고 하지만) 불안해하고 답답해한다. 맞는 말이기도 한데 계획이 필요하긴 하다. 아니 다르게 말하면 청사진 같은 것. 한치 앞을 모르는 생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방향을 생각하는 일은 중요하겠지. 나는 관성의 인간이다. 휩쓸려 가는 걸 불안해하지만 휩쓸려가게 내버려 둔다. 가정의 일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불안해하는 지점이 여기다. 우리 배가 어디로 갈지 모르니까 말이다. 올해엔 방향을 생각하는 시간을 자주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