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을 따라서
아내와 이야기 하면 나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 수 있다. 최근 백패킹과 등산 이야기를 하며 내게 했던 이야기가 있다. 나는 늘 새로운 주제로 관심을 돌리고 에너지를 쏟아붇고 열정이 식으면 다시 다음 대상을 찾아 반복한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과 사회 초년생 시절까지는 컴퓨터에 푹 빠져 살았다. 코딩 하는 것 자체로도 너무 즐겁고 내가 뭔가 의미있는 걸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그러다 운동에 재미를 붙였는데 처음엔 클라이밍이었다. 훈련 한답시고 행보드 사서 집에 설치했는데 해머드릴로 베란다 쪽 콘크리트 벽을 뚫어 설치했다. 아내가 봤을 땐 분명 유난스럽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클라이밍 관련 서적들도 사 모았고 실력을 늘릴 방법을 찾아다녔다. 어떤 시점엔 실력이 잘 늘지 않아 조급해했던 시기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 이상으로 실력도 많이 늘었고 신체도 단련되었는지 그때만큼 피곤하지도 않고 잘 다치지도 않는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 클라이밍은 반려 운동처럼 틈틈히 하는데 욕심내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편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실력이 늘면 좋겠지만 전전긍긍하지는 않는다. 다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실력은 늘 것이니. 그러다 코로나 대유행 때 클라이밍을 할 수 없어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그때도 비슷한 모양이었다. 달리기 관련 책들을 탐독하고 영상들을 찾아보고 어떤 러닝화가 내게 맞을지 찾아보고 복장이나 소품들을 찾아봤다. 그렇다고 엄청 돈을 들이는 편은 아니라서 적당한 가격의 러닝화로 시작했다. 나도 생각이 있는지라 이 취미가 얼만큼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리기도 처음엔 열정을 불태우며 빠른 속도로 달리기 위한 훈련들을 했다. 헬스장 트레드밀에서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해보고 바깥에서 달릴 땐 가민 코치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해보기도 했다. 역시 시간이 지나니 처음의 열정을 식고 안정된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두 운동 모두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어 근력과 심폐지구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한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보기도 했는데 프리웨이트 운동 방법들을 찾아보고 스트렝스를 늘리는 방법을 찾아보곤 했다. 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은 잠시 뒷전으로 밀려났다. 나는 벌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일 뿐더러 벌크업을 위해선 많이 먹고 그런 칼로리 섭취를 유지해야하는데 내겐 운동보다 그게 더 어려웠다. 또한 평소에 사용하지 않을 근육들을 만들고 유지하는 일이 내겐 낭비로 보였다. 오히려 근육 부피를 크게 늘리지 않고 스트렝스를 늘리는 일은 관심이 있다. 헬스장에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달리기에 주로 할애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스트렝스 운동을 다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엔 백패킹과 등산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백패킹 장비를 신나게 사보았는데 많이 알아보고 내게 적합한 기능과 가격의 물건들로 골랐다. 그 과정에서 백패킹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했다. 나는 그렇게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일을 즐기는 것 같다. 백패킹은 아내 입장에서 자주 보내주기 어렵기 때문에 나는 등산에도 관심을 가져봤다. 시험 삼아 한번 가봤는데 생각보다 상쾌하고 좋았다. 등산은 한참 전에 어머니와 검단산 올랐던 일 정도 밖에 없고 그 이후로 다시 생각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클라이밍 달리기 등 운동을 즐겨하는 사람으로 변모해있었고 다시 등산을 해봤을 떄 이 역시 매력적인 운동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내 말이 맞다. 나는 이렇게 몸을 움직이며 힘쓰는 일에서 도파민이 생긴다. 새로운 걸 배우고 익히는 일도 그렇다. 열정은 식게 마련이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그렇게 배운 일들이 내게 맞는다면 오래 꾸준히 함께할 수 있다. 아내 왈, 그런 일들은 유사 바람 같다고. 바람피는 일처럼 여기 저기로 관심을 옮겨가며 불태우니 말이다. 반박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