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이 질서를 무너뜨린다

물건을 정리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요령을 생각해보고 있다. 일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큰 물건들을 정리하려고 했다. 큰 물건을 치우는 일의 어려움은 그냥 내다버릴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주민센터를 통해 대형폐기물 처리 스티커를 사거나 빼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버린다. 버려야 할 큰 짐들은 혼자서 내리기도 힘들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버릴 수도 없다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므로). 고장난 김치냉장고를 버려야 할 때도 곤란했는데 아내가 찾은 폐가전 수거 서비스를 이용해 버렸다. 젊은 청년 한명이 와서 냉장고를 내리는데 나는 균형 정도 유지하는 일을 돕고 힘든 작업은 청년이 다 했다. 고생하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그럼 작은 물건들은 버리기 쉬운가?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집 안의 풍경을 둘러보았을 때 질서를 해치는 것들은 작은 물건들이다. 거실에 놓여 있는 소파, 식탁, 혹은 책상들은 하나의 큰 볼륨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그 볼륨 안에서는 통일성을 갖고 있으므로 크게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하지만 통일되지 않은 모양과 색들을 가진 작은 것들이 질서를 해친다. 우리 눈과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것은 질서 없이 책상 위에 늘어선 물건들이고, 책장 사이 사이에 끼어든 책이 아닌 물건들이다. 게다가 버릴 때도 문제다. 소파를 처분하는 일은 하나의 큰 고민이다. 소파를 버릴까 말까. 하지만 작은 물건들은 물건의 수효만큼 작고 많은 잽을 날린다. 이 물건은 아직 쓸모가 있을까? 이 물건의 역사는 어떤 것이었는가? 누군가 선물한 이 소품을 버려도 될까? 특히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새 물건들도 고민을 키운다. 여기 여분으로 갖고 있는 가위와 풀은 어떻게 할까. 결정을 유보하는 방법을 사용해도 좋겠다. 두 개의 봉투를 준비하여 하나는 기부, 하나는 버리기.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작은 물건들을 저 두 종류의 봉투에 “일단” 담아버리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한달쯤 묵혀보고 그 사이에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면 봉투의 목적대로 기부하거나 버리기.

작은 것들의 해악은 물건에서 그치질 않는다. 나의 경우엔 관심도 그렇다. 작은 관심들은 정작 크고 중요한 관심을 앗아가며 집중을 해친다. 나는 흥미에 휘둘리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꾸준히 동력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들이 자주 눈에 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습관으로 만들면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작은 관심들은 어디 관심 주머니에 잘 넣어두고 중요한 일들을 마친 다음 꺼내보아야 한다. 삶은 무얼 할지 결정하는 순간의 연속이고 그 순간마다 당면한 일들에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우선순위를 잘 부여하고 관심과 동력을 잘 관리하는 것이 성취의 열쇠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