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가려내기

한참을 일에 몰두하다가 퇴근을 하는데 일할 때 무얼 가장 많이 했는가 떠올리니 검색입니다. 정해진 로직을 구현하는 일은 외부 지식이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할 땐 검색하는 시간이 전체 작업의 9할이 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지금 착수하고 있는 일을 간단히 설명하면,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동작하던 VLC 미디어 재생기가 갑자기 죽었고 그 이유를 찾아내는 겁니다. VLC 크래시 덤프는 Mini Dump 라는 형식인데 심볼 정보가 없어 그냥 들여다봐선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하여 VLC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디버그 심볼 정보를 활용하고 싶은데 그러자면 gdb를 이용해야 합니다. Mini dump 형식의 파일을 GDB용 core 파일로 변환하는 도구를 컴파일해 사용해보는게 지금의 계획입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하여도 모든 컴퓨터 분야를 깊게 알고 있을 순 없으므로 이런 문제를 다룰 땐 큰 범위에서 문제 해결 전략을 구상하고 자세한 정보들은 검색으로 채워나가며 진행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의 실제 실행 난이도를 파악할 수 있고 때로 다른 접근의 가설을 새로 세우기도 합니다.

앞서 Gen AI 시대의 프로그래머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런 기술는 비단 프로그래머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검색을 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 모습은 예전과 다릅니다. StackOverflow 등의 개발 커뮤니티 위주로 검색을 했던 게 옛모습이라면 지금은 미리 학습된 LLM, 곧 ChatGPT, Claude에게 질문을 하고 최신 정보가 필요할 땐 Perplexity AI에게 질문을 합니다. LLM들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을 하지만 그곳에 진실만 있는 건 아닙니다. 특히 컴퓨터 분야의 질문은 그럴싸한 모양으로 해결책을 알려주는데 생각없이 따라하다가 잘못된 길이라는 걸 뒤는게 깨닫곤 합니다.

전통적인 검색에서는 다양한 결과에서 자신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정보를 찾아내고 통합하는 것이 사람의 몫이었다면 지금의 검색은 나에게 주어진 대답에 얼마만큼의 진실이 담겨있는지 저울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때론 그것이 기존 검색보다 더 돌아가는 길을 만들지도 모릅니다. 새 시대의 정보검색 소양은 거짓말 탐지 기술일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