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거운 글쓰기

아이를 재우고 난 어느 밤, 아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라는 제목이었는데 특별히 새로워보이진 않았습니다. 하루키의 산문은 달리기에 관한 책을 하나 읽은 것이 전부였고, 요즘엔 특이한 제목들의 하루키 책들이 많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으니까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같은 것들이요. 아내가 책을 건네주어 짧은 글을 읽어봤는데 글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말하는 투와 분위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아요. 아, 어떤 내용이었냐면.. 평일 오후에 도심을 거니는 것이 보통의 직장인과 달라 머쓱한 기분이 든다, 안자이 씨를 만난 이야기 였습니다. 저는 글을 적는다고 생각하면 괜히 자세를 고쳐잡게 되면서 긴장 아닌 긴장을 하게 된달까요, 불필요하게 본격적으로 되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하루키는 짧은 산문을 담백한 듯 싱거운 듯 편하게 적어내려갑니다. 그 느슨함과 여유가 매력입니다. 저는 떄로 글을 적을 때 너무 적은 분량이 아닌가, 쓸모있는 정보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냥 글 읽는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닐까 고민할 때도 많으니까요. 싱거운 글을 쓰는 연습을 해봅시다. 아니 연습이라고 하니 또 애쓰는 것 같은데 너무 애쓰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