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less
매일의 하루에서 가장 자주 보고 마주치는 사람은 단연 동료들이다. 동료들을 보면 감탄할 때가 많다. 내가 다루지 않는 분야에서 척척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 초인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것들은 평가 절하 하기도 하니까 나도 나의 일은 쉬운 일이라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업무 말고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취향이다. 다들 무언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고 그것에 대해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며 자신감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취향 없음이 고민이다. 아내도 종종 비슷한 얘기를 하는데 너는 일 말고는 관심이 없다, 스포츠도 게임도 즐기지 않고 무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 컴퓨터 말고는 별로 즐기는 게 없었지만 듣고보니 억울한 부분도 있다. 그래도 성인이 된 후 20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그 사이 좋아하고 싫어하는게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취향 없음 보다는 취향의 깊이가 얕아서 문제다. 겉핥기 같은 느낌으로 알고 있어서 무얼 좋아해요? 라고 질문을 받으면 분야 정도 밖에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떻게 취향의 깊이를 만들까, 가장 먼저 타파해야 할 것은 생산성의 함정이다. 좋아하는 것에 탐닉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고 그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마음이 있는데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은 개성이 돈이 되는 시대다.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고 그런 만큼 모방이 쉬운 지금, 개성이라는 해자가 없이는 쉽게 경쟁력을 잃고 말 것이다. 생산적인 일만 하는 건 몰개성하며 결국 방향을 잘못 잡은 일만 해대는 셈이다. 오히려 깊은 취향을 갖고 그 집단에서 인정 받기 시작하면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얼마 전 사업에 대한 책들을 잔뜩 읽었을 때 더러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커뮤니티-우선 이다. 사업은 결국 고객을 만나 물건을 판매하는 일인데 수요를 알기 쉬운 방법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니즈들을 알 수 있고 그걸 효과적으로 채워줄 수 있는 방법들을 실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놓고 보니 웃긴 것이, 생산적이지 않은 일을 하라, 좋아하는 것에 탐닉하라고 말하면서 사실 그 행위 또한 사업의 기회 내지는 경제적인 편익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모순적이다. 뭐 아무튼 나도 이제 마음 놓고 좋아하는 걸 좋아해보고 싶다. SF 소설을 맘대로 읽고, 전자공학 만들기도 하고 같잖은 뉴미디어 예술 작품들도 만들어보고 싶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