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dane Epiphany

소프트웨어, 글쓰기 그리고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

제 자리엔 티크 나무 컵받침이 있습니다. 넓적하고 둥글게 잘라낸 나무 토막이죠. 티크 나무는 습기에 강하다고 해요. 선박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했다는데 컵받침으로 쓰기에도 딱이죠. 차가운 표면에 물이 맺히면 컵받침에도 물이 흥건해지니 말입니다. 티크 나무 컵받침은 홈플러스에서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사실 컵받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많지요. 천조각으로 만들거나 코르크 재질, 아니면 종이 혹은 실리콘도 있습니다. 정 귀찮으면 맘에 들지 않는 책 한 권을 사용해도 문제 없지요. 이번 나무 컵받침 전엔 실리콘 컵받침을 사용했었어요. 몬스테라 이파리를 형상화한 컵받침이었죠. 그걸 보니 아, 자연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몬스테라 “모습”을 하거나 나무라는 천연의 “재료”를 사용하거나 말이죠. 저희 집에는 조화도 몇개 있습니다. 화사한 꽃도 있고 고사리도 있어요. 몇번 집 안에서 식물을 기르려는 시도를 해봤는데 바람과 볕이 부족해서 늘 시들해지고 죽었습니다. 결국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조화 밖에 없었지요 (애초에 살아있지 않았으니 살아남았다는 말이 이상하긴 하지만요). 도시 생활에선 자연을 만날 일이 별로 없어요. 포장된 도로와 대중교통, 사무실을 비롯한 건물들. 지금의 사무실을 둘러보니 창이 별로 없고 창이 있어도 건물들로 가로막혀 있네요. 이디서 자연을 찾아야 할까요? 하루의 많은 시간을 사무실 제 자리에서 보내는데 아무래도 티크 나무 컵받침으로는 부족하겠어요. 식물을 하나 들여야겠는데 식물들이 죽어나가는 저희 집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곳이라 식물 혼자서는 살아나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기술을 사용할 때 입니다. 테라리움을 하나 마련하고, 식물 생장 램프와 휴대용 선풍기를 준비합니다. 해가 뜨고 지는 주기에 맞춰 식물 생장 램프를 켰다가 꺼주고, 종종 선풍기 바람을 쐬여줍니다. 아마 그렇게하면 살 수 있을거에요. 재료들을 주문하러 가봐야겠네요.

쌍문역 근처에 놀이터가 하나 있습니다. 그 놀이터를 지날 때 가끔 어떤 여성분을 발견하는데 그네를 열광적으로 타고 있는 모습 때문에 눈이 갑니다. 보통의 그네 타기가 아닙니다. 마치 세상을 떠나가려는 듯이 아주 높게, 엉덩이가 들릴만큼 세차게 그네를 탑니다. 저라면 그렇게 못 탈 것 같아요. 너무 무서워보이거든요. 아무튼 그런 그네타기의 모습은 확실히 일상의 풍경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 그네타기를 하고 있는 놀이터 옆을 걸어 지나갈 때면 마치 영화 속에 들어간 기분이 듭니다. 이게 현실일까 꿈일까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어떤 이유에서 그네타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아내와 얘기했을 때 아내 추측은 이랬습니다. 그건 운동하고 있는 것 아닐까? 전신을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 말야. 과연 그런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네타기는 그 자체로 즐겁기도 하고 엉덩이가 들리고 날아가려는 몸을 붙잡으며 타는 그네타기는 스릴 만점이겠습니다. 마음도 단련하고 있는 걸까요? 수차례 그 모습을 보며 지나가다 보니 어떤 날은 말을 걸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은 건 왜 그렇게 격렬하게 그네를 타고 있는지 그 이유지요. 그 다음으로는 그네타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 싶습니다. 이렇게 여기서 풀어내는 이야기가 정말 진실이라고 말이죠. 오늘의 교훈은 이렇습니다. 마음의 유연함을 가질 것.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는 모호합니다.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가는 그네 타기를 보고 아무 감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 또한 일상일 수도 있지요. 반대의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그네타기의 시각 정보는 두뇌로 도착했지만 그걸 흘려보내고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지요. 그건 감수성과 현존의 부재입니다. 세상을 살아가지만 머리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차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셈이지요. 다음엔 꼭 그분의 그네타기 속으로 들어가 저 역시 그네타기를 해봐야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은수 아빠입니다. 예전에 영화 127시간에 대해 듣고 이야기 나눈 일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산행을 하다가 크레바스 같은 틈새로 떨어져 버리고 팔이 바위에 꽉 끼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게 영화에 등장하는 갈등 상황입니다. 며칠을 애쓰며 빠져나오려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바위에 끼인 팔을 스스로 절단하여 빠져나옵니다. 끔찍한 내용이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영화 속 인물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이 대화 중 나왔었고 처음 생각으로는 저는 못할 것 같았습니다. “작은 휴대용 칼“을 사용하여 눈 앞에서 자신의 팔을 잘라내는 걸 누가 쉽게 할 수 있겠습니까. 찾아보니 해당 인물은 가족 생각을 하며 생존의 열망을 갖고 버텼다는데요 다시금 생각해보니 저 역시 그런 상황에서 가족, 특히 아이를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아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을 것 같습니다. 아빠 없이 자라게 될 아이로 만들 수 없고 저 역시 다시 아이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요. 아빠가 된다는 것이 이렇게 극적으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놀랐습니다. 왜 어머니와 아버지가 강한지 이해할 수 있었죠. 이런 생각을 아내에게 말하니 아내는 새로운 의견을 얘기해줬습니다. 왜 애초에 그런 위험한 활동을 시작했느냐 말이죠. 책임져야할 가정과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상황에서 위험한 활동을 하는게 어리석다고 생각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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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관심을 가진지는 오래되었는데 수박 겉핥기로만 알았지 불교의 다양한 개념들이나 부처의 생애 등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중순부터 좀 더 불교에 대해 잘 알고 싶어 책을 구입했는데 그 책이 원영 스님의 “이제서야 이해되는 불교” 입니다. BBS불교방송 유튜브 채널에 원영 스님의 불교대백과 영상을 몇차례 보면서 알게된 분이고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셔서 이 책도 고른 겁니다. 책의 제목처럼 불교의 핵심 교리와 개념들을 쉽고 친철하게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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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ClockworkPi 라는 회사에서 팔고 있는 DevTerm이란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제품에 대해 설명하자면, Raspberry Pi 같은 싱글보드 컴퓨터의 주변기기라고 볼 수 있는데 코어로 사용하는 싱글보드 컴퓨터를 꽂을 수 있는 메인보드와 트랙볼 내장 키보드, 파워 모듈 (배터리 충전), 디스플레이 등의 조합입니다. 라즈베리파이 보드만 있다면 그걸 사용하기 위한 준비를 사용자가 직접 하나씩 해야하는데 이 제품은 그걸 완제품의 형태로 편리하게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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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책상은 항상 물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른 동료들의 책상을 살펴보면 정말 물건 없이 일하기 위한 장비만 있는 책상도 있고 적은 수효의 사무용품 정도만 갖춘 책상도 있습니다. 물건이 많은 책상도 더러 보이지만 저의 책상보다 물건이 많은 책상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마음으로는 최소주의, 미니멀리즘을 꿈꾸고 있지만 오랜 시간 저의 모습을 살펴보니 가망이 없어보입니다. 미니멀리즘을 다루는 책을 종종 사두어 책장에 두는데 이런 행위는 미니멀리즘의 반대 방향이겠지요. 이렇다보니 이제 차라리 변명을 하렵니다. 맥시멀리스트들이여 부끄러워하지 말라, 우리의 모습을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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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계정을 만들고 작가 신청을 했지만 글쓰는 삶은 아직 요원합니다. 글쓰기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생각의 빈곤”을 의식하는 일입니다. 문장이 엉망이라면 문장력을 길러 다듬으면 되겠지만 엉망인 문장에라도 도달하지 못하고 손이 굳어버리는 건 “내가 적는 글이, 거기에 담긴 생각이 가치있는가?” 라는 의문이 먼저 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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